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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KDI 내년 성장 1.8% 전망, 힘받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내다보는 전망을 10일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다음 연도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에도 2% 이상의 성장 전망을 내놓던 KDI다.

내년 1%대 성장을 전망한 연구기관이 KDI뿐만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경제연구원(1.9%) 등의 수정 전망치는 줄줄이 2%를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는 2% 이상이지만 아직 바꾸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은 이제 기정 사실이다.

전망이 달라지면 대응책도 변화해야 한다. 정책수단에선 더욱 그렇다. 지금 한국경제의 최대 난제는 인플레다.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은 필수다. 문제는 속도다. 지금까지는 경기보다 고물가 잡기가 우선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특수한 상황의 일본과 중국만 예외였다.

하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젠 위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됐다. 금융경색과 취약계층의 파산 등 긴축의 부작용들이 점점 부각된다. 가계와 기업부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심각한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KDI가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온 이유다.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변수도 생겼다. 천정을 모르던 미국 물가가 누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10일 발표된 10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7%다. 올해 들어 최소 상승폭이다. 시장 전망치보다 낮다. 미국도 금리 인상폭을 줄일 명분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시장의 12월 금리 인상 예상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급격히 쏠렸다. 적어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리라고 보는 것이다. 확실한 변곡점이다.

오는 2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도 이런 변화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상단 기준)에 달한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선 우리 금통위도 올려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능성이 가장 컸던 빅스텝이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도 물가는 3개월째 5%대를 횡보하고 최고점은 지난 7월 이미 지났다는 게 정설이다. 환율도 다시 1300원대로 떨어졌다.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에도 이젠 충분 히 설득력이 생겼다. 별도의 외환시장 안정책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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