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납세자가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획재정부가 7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2년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종부세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93만1000명)보다 29%(약 26만9000명) 늘어난 규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새 3.6배 불었다.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5년 전의 10배인 4조원에 달한다.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들어가면서 집값이 속락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유세 폭탄’까지 맞게 된 것이다.
종부세 납세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문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세율을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공시가의 경우 지난해 19% 오른 데 이어 올해 17.22% 뛰었다. 2030년까지 공시가를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15억원 이상은 2025년)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최근 집값이 급락했는데 이달 말 고지될 종부세는 주택 가격이 본격 하락하기 전인 올 상반기 수준을 기준으로 매겨졌다는 점이다. 집값 추락 속도가 가팔라지자 최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전용 84㎡)는 9월 말 작년 시세의 절반 정도인 8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10억원이 넘는다.
공시가 급등에 따른 1주택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은 지난 대선 때도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흐지부지됐다. 작년 공시가격으로 올해 종부세를 매긴다던 정부 계획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지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1주택자의 경우 한시적으로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모두 제1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종부세 감면을 기대했던 공시가격 11억~14억원 주택 보유자 9만3000여명은 ‘희망고문’만 당한 꼴이다. .
주택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지난해 종부세 체납액은 562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배 이상 뛰었다. 올해는 과도한 대출로 집을 산 ‘영끌·빚투족’이 고금리에 노출돼 조세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다. 공시가는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수혜 등에 연동돼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은퇴가구에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치 90%를 70~80%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확 바뀐 경제 현실에 맞게 부동산 조세도 개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