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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난 보고·지휘·소통에 총체적 문제 드러낸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전후에 경찰이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3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두 사람을 직위해제했다. 또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특별수사본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직무유기 여부는 경찰의 재난 부실 대응이 희생자를 더 키운 책임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 총경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일대의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용산 삼각지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오후 9시30분쯤 첫 상황보고를 받았는데도 오후 11시가 돼서야 이태원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참사는 그날 오후 10시15분께 발생했다. 이 총경이 식당을 떠나 참사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상황 지휘를 않는 사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날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 총경은 근무지(서울청 내 상황실)를 장시간 이탈하고 자기 사무실에 있었다. 상황관리관은 야간 상황에 서울경찰청장을 대리해 112신고의 접수와 대응을 총괄해야 한다. 비상상황 발생시 서울청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경찰청 상황실에도 알려야 하는 게 임무다. 그가 상황실을 지키지 않은 사이 ‘압사’를 알리는 긴박한 신고는 대처로 이어지지 못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넘겼고 경찰 지휘부에 대한 보고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류 총경은 참사 발생 1시간24분이 지난 오후 11시39분에야 상황팀장 보고를 받았다. 서울청장이 안 것 보다도 3분 늦은 시점이다.

재해는 철저한 사전 대비가 최선이지만 불가항력적 상황이라면 신속한 사후 대처로 희생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참사로 경찰의 보고·지휘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났다. 여기에 경찰과 소방,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간 소통도 단절돼 있어 입체적이고 효율적인 구조가 애초부터 어려웠다. 행안부는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지만 이번 참사 때 경찰 보고를 받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재난 보고 체계가 중구난방이다 보니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참사 상황을 늦게 파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재해 대비의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8년이 지났는데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경찰은 ‘셀프 수사’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 대형 참사 원인과 책임규명에 나섰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경찰 지휘보고 체계의 붕괴 및 이로 인한 늑장 대응의 전말을 밝혀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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