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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이미 너무 늦은 ‘日 관함식’ 결정타이밍

일본 해상자위대가 개최하는 ‘국제 관함식’ 참가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아 다음달 6일 나가와현 남부 사가미만에서 국제 관함식을 한다. 그런데 정부는 국제 관함식을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참가할지 불참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해상자위대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함식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향후 갱신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현시점에선 한국은 빠진 셈이다. 정부는 오는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고 일본 측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앞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함식 참가 여부와 관련해 “이번주 중으로는 결론내려야 한다”며 “아직 결정 안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21개국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외한 20개국을 관함식에 초대했다. 회원국 간 신뢰를 조성하고 우호 친선을 촉진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이다. 한국에는 지난 1월 초청장이 전달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관함식 시기를 이유로 새 정부 출범 이후로 판단을 유보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6개월이 가까이 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배경에는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약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욱일기와 거의 동일한 해상자위대기가 자리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관함식 참가국 함정은 개최국 주빈이 탑승한 함정에 경례를 하게 된다.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가할 경우 한국 해군 장병들이 욱일기에 경례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형 수송함 독도함(1만4000t급)이나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4400t) 파견 얘기까지 나올까만 군사교류와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관함식 취지를 떠올리면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결정이 너무 늦어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국민정서와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열흘 남짓 남은 시점까지 숙제를 미루고 말았다. 관함식 참가 여부는 이미 정치쟁점화된 형편이다. 야권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을 향해 욱일기에 경례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가되, 경례할 경우 옷을 벗어야 한다며 윽박질렀다. 해군본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해군이 관함식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관함식에 참가하든, 불참하든 한미일 안보협력과 ‘친일 국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남남갈등 양상이 또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늦어진 결정으로 인해 자칫 해상자위대 관함식 참가로 얻게 될 실익이나 불참에 따른 명분 모두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확한 판단만큼이나 적시에 이뤄지는 결정은 외교안보에서 특히 중요하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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