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 의원은 오늘 전원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과 관련 대통령이 주요 정책과 국정 운영 방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며 예산 편성 방안 기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축 재정이 요구되지만 사회적 약자 복지를 더 두텁게 하는 방안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불참으로 시정연설의 의미는 반감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 시정연설 보이콧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여야 대립에 매달리는 저급한 우리 정치권 수준의 민낯이 또 한번 생생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이 국민의 삶과 맞물려 있는 시정연설을 거부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용 민주연구소 부원장과 관련한 검찰의 당사 내 민주연구소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유가 될 수 없다. 검찰의 수사 방식이 못마땅하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개선을 요구하면 된다. 대통령 연설 보이콧은 민생을 볼모로 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도 민생 실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무리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탄력적 집행은 가능하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국회 협조가 필요한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굳이 야당을 자극하는 압수수색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그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여야가 대립할 때 이를 풀어내는 것은 결국 정치력이다. 여당이 ‘법대로’만 외치며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사이 민생은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정연설뿐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국회 국정감사 역시 시종 파행의 연속이었다. 일부 잔여 일정이 남아있지만 24일 각 부처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감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국감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비속어 논란을 비롯해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이재명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모든 상임위에서 여야 설전만 되풀이했다. 애초 여야 모두 약속했던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치가 회복돼야 민생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