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되며 3연임을 확정했다. 시 주석은 이번 3연임을 통해 중국의 기존 권력 구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최고지도자의 10년 집권 관례를 부순 것은 물론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 전원을 ‘충성파 최측근’으로 채워 개혁·개방 이후 40여년간 유지돼온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도 와해시켰다. 당 고위층의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은퇴) 등 1인 독재 방지를 위해 확립된 정치 관례와 원칙들이 모두 깨졌다.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은 데다 ‘시진핑 핵심 지위 수호’를 국가 헌법보다 위상이 높은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넣으면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시진핑 집권기 이전 중국엔 두 개의 지배구조가 있었다. 이념을 우선시하는 마오쩌둥 시대와 개혁·개방의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덩샤오핑 시대(장쩌민과 후진타오 포함)가 30년씩을 집권했다. 시진핑 독주 시대는 마오와 덩을 잇는 세 번째 30년을 가리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10년 더 권좌를 지키고, 그다음 10년은 자신의 최측근을 내세워 수렴청정하겠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조국의 완전 통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서 찾고 있다. 시진핑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2049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대해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몽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이 이를 가로막으면서 앞으로 미·중 관계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리되면 경제·안보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더 잦아질 것이다.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 미국의 대중국 제재의 불똥이 튀고 있다. 한반도 안보는 더 심각한 국면에 처할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 구도를 더 강화할 것이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한국의 전략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차출과 대만 지원에 가세하면서 중국과 척지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소 5년간 시진핑 1인 독주 시대와 마주해야 한다. 수교 30년의 한·중 관계에 먹구름이 가득 몰려있는 형국이니만큼 비상한 각오로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시 주석 3기의 중국과 소통창구를 강화하는 외교적 채널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국익차원의 실용외교 플랜을 미리 세워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