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가 위험 수위다. 근 30여년 만에 최저치를 연일 경신중이다. 달러당 149엔대까지 치솟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환율 방어 의지’를 밝히면서 등락을 거듭하지만 대세는 150엔 돌파다. 일본 국내외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계점을 넘어선 엔화 약세는 새로운 경제변수다. 그 파급력은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시아엔 더하다. 부정적인 쪽이 대부분이다. 외환위기설의 출발점이다. ‘나쁜 엔저’ ‘위험한 엔저’라고 부를 정도다. 한국이 더욱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원래 엔화 약세는 일본이 원하는 바였다. 돈을 마구 풀어 엔저를 유도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투자와 고용증대, 임금상승의 선순환을 불러 경제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코로나 직전 한때 반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경쟁력을 무시한 경기부양형 환율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이젠 넘쳐나는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게 걱정이다.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안 그래도 나쁜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데다 나랏빚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과도한 돈 풀기로 일본은 GDP의 250% 가까운 국가부채를 지고 있다. 1000조엔이 넘는 국채 발행 잔액의 절반을 일본은행이 떠안았다. 금리 인상은 곧바로 국가부채에 치명타가 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엔저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적자 확대와 통화가치 급락, 자본의 급격한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그게 30년 전 겪은 외환위기 아닌가.
물론 그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우리는 그 혹독한 경험을 살려 외환보유액을 늘렸고 일본 수출 경합 품목들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국가부채도 아직 건전하다. 그렇다 해도 외환위기 대응은 철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안정이다. 달러 유출입 균형이 급선무다. 무역수지 적자부터 줄여야 한다.
최선은 연간 2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것이다. 절약과 절전을 통해 에너지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수출증가도 좋지만 그건 중간재 수입도 동시에 늘린다. 일종의 영업비다. 하지만 원유, 석탄, 가스 등 에너지 수입 감소는 곧바로 달러 지출을 줄여준다. 손익에 직결되는 비용 감소다. 무역수지 개선에 특효약이다.
지난 9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288억 달러다. 에너지 수입을 10%만 줄이면 거의 다 개선된다. 외환위기 가능성도 사라진다. 겨울철 내복입기가 외환위기 걱정을 줄여준다. 못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