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메신저’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와 데이터센터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카카오톡 사태를 플랫폼기업의 독과점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며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는 것”이라 했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본질적 책무이므로 더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독과점의 폐해는 마땅히 걷어내야 하지만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플랫폼의 자율과 혁신까지 꺾는 실책은 범하지 않아야 한다.
카카오 사태로 민관이 합심해서 보완해야 할 과제는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한참 뒤처진 재해복구 능력이다. 대다수의 글로벌 빅테크는 재해에 대비하고자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보관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같은 데이터를 3곳에 복제해 한 곳이 지진, 홍수, 화재 등 재해의 피해를 받을 경우에 다른 두 곳에서 실시간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한다. MS는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에 ‘쌍둥이’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똑같은 데이터가 두 곳에 자동 복제되게 설계했다. 구글,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형식적으로 백업, 이중화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지만 한 데이터센터의 서비스가 중단돼도 ‘중단 없이’ 다른 데이터센터를 통해 동시에 서비스 재개가 가능한 재해복구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단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민간 통신사업자일지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제도적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재난의 심각성과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사태의 시발점은 데이터센터 내 화재였고, 재난 대비가 미흡했던 카카오가 화를 키웠다. “전쟁 같은 비상상황에 카톡이 먹통되면 어떡할 건가”라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전쟁, 테러, 사이버공격 등이 발생한다면 지금보다 열배, 백배의 혼란상이 펼쳐질 것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정세를 고려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라도 군, 검찰, 국정원 등을 총망라한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플랫폼을 통해 뭐든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전력, 통신, 금융 등의 데이터센터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관이 극단적 위기상황까지 고려해 대응할 수 있는 비상매뉴얼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