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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디지털 강국’ 민낯 드러낸 카카오 ‘먹통’ 사태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주말 내내 먹통이 되면서 전 국민의 일상이 사실상 ‘블랙아웃’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카톡으로 서로 안부를 묻지 못하는 상황을 넘어 경제적인 피해까지 속출했다. 월사용료를 내고 카카오T 앱을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은 손님을 받지 못했고, 자영업자들은 결제 시스템 불통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는 등 교통, 금융, 쇼핑 등 생활경제가 올스톱됐다. 카카오 의 지도, 본인인증(로그인), 결제 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타 기업, 정부기관도 광범위한 피해를 당했다. 휴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평일에 먹통 사태가 벌어졌으면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 올라타면 뭐든 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를 자랑하지만 그 연결고리의 한 부분이 갑자기 끊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 디지털 재난이었다.

대한민국의 일상을 멈춰 세운 이번 사태의 시작은 화재였지만 재난에 대응해 주요 시설을 이원화하지 않았고 장애 대응 체계도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라는 점도 드러났다. 사고가 난 데이터센터에는 네이버의 서버도 있었으나 네이버 관련 서비스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복구도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네이버는 메인 서버를 춘천의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고 있고 일부 서버는 다른 여러 곳에 분산해 둔 덕이다. 반면 카카오는 데이터 이원화를 시행하고 있다지만 서버 3만2000대를 둔 판교 메인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다운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안산에 첫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지만 카카오 수준의 전 국민 서비스라면 그에 준하는 설비나 대응책을 진작에 마련했어야 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시가총액 10위 규모의 대한한국 간판 플랫폼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민기업으로서의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문어발식 확장(134개 계열사)에만 욕심을 낸 결과가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카카오가 공적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면서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해졌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KT 같은 기간통신에 비해 공익성·공공성이 낮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부가통신 서비스가 민생과 직결돼 있음이 입증됐다.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재해를 대비한 백업 데이터를 이중으로 구축하는 것이 규범화돼야 한다. 국회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 SK 최태원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호통쇼’를 벌일 것이 아니라 실효적 재발방지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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