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의 지표들은 한국경제의 저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날개가 없어 보이던 추락에서 반등이 나타났다. 먹구름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인다. 8월엔 소비와 투자가 그랬다. 생산과 소비 투자의 트리플 감소를 보였던 산업활동이 한 달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생산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지만 -0.3%로 하락폭이 크지는 않다. 중국 수출과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 부분의 영향이 크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게다가 비경기적 요인인 공공행정 쪽의 감소가 컸다. 그런 걸 감안하면 전체 생산은 긍정적 흐름이다.
주목되는 건 소비다. 증가율이 무려 4.3%나 된다. 급반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개월 연속 감소의 반작용이 큰 이유겠지만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은 작지 않은 호재다.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 강하다. 통계청도 “얼마나 강하고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걸 전제로 했지만 “내수는 회복 내지 개선흐름”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할 것 없이 모두 증가다. 한 번 쓰는 물건이든 계속 사용할 제품이든 모두 잘 팔렸다는 얘기다.
투자도 증가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8.8% 늘고 건설기성도 5.0% 증가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2.3으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오른 것도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한국경제 산업활동의 먹구름이 걷힌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오히려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게 옳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여전히 100 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의 하락과 반등을 보면 고통을 견뎌낼 내성은 충분하다고 인정할만 하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좋다”는 나라 안팎의 평가가 빈말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세계 3대 채권투자처 중 하나로 선진국 국채클럽으로 불리는 세계국채지수(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이 관찰대상국에 한국을 포함시켰다고 29일 발표했다. 보통 6개월의 관찰 검토기간이 필요한 걸 감안하면 내년 9월엔 최종 편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WGBI는 수십조원의 한국 국채를 사들이게 된다. 그건 곧 외국계 자금의 대거 유입을 의미한다.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대외신인도가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국익에 큰 도움이다. 이자절감액만도 수천억원이 넘을 것이란 게 정설이다.
남은 올해와 내년은 고통의 시간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악재는 여전하다. 세계적 경제 흐름에서 한국만 비껴갈 수는 없다. 눈물겨운 악전고투 중이지만 희망도 없지 않은 한국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