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방향은 부과기준 현실화, 부과 개시 시점 조정,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제도 신설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이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 기준을 기존 초과이익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렸고 부과 개시도 기존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조합 설립단계로 늦췄다. 실수요자를 배려해 1가구1주택자는 최대 50% 감면 혜택도 준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전국 재건축 단지 84곳 중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되고 가구당 부담금이 1억원을 넘는 단지도 현재 19곳에서 5곳으로 줄어든다.
이번 방안은 2006년 재초환 도입 이후 한 번도 안바뀐 재건축 부담금 기준을 집값이 대폭 오른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집값은 그사이 3~4배 올랐지만 16년 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하다 보니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이 7억~8억원에 이르는 경우(서울 서초동 반포현대)도 나와 미실현 이익에 과도한 부담금을 물린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다른 부동산 부담금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1주택자 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랐고, 양도소득세 1주택자 비과세 기준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부담금 완화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재초환은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그동안 재건축을 가로막는 ‘3대 대못’으로 불렸다. 특히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점, 향후 집을 팔 때 집값이 내려도 이미 낸 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과도한 부담금 때문에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밀리면서 주택 공급이 줄고, 기존 주택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소유에 따른 과도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해 공공적 목적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했다. 2019년 말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유다. 재초환의 전면 폐지는 무엇보다 투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조심스럽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재초환의 근본 취지는 살리되 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운용의 묘를 살린 것은 바람직하다.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슈여서 섣불리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들어 집값 경착륙이 우려스러운 단계에서는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아파트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수도권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도심 주택공급을 늘릴 가장 유용한 방안이다. 이제 공은 입법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생 입법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