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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쌀값 폭락에 역대 최대규모 매입, 이젠 근본대책 세워야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수확기인 다음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쌀 45만t을 매입,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내용의 ‘쌀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 격리 물량으로는 최대이다. 이와 별도인 45만t의 공공비축미까지 포함하면 시장 격리 물량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해당하는 90만t에 달한다. 초과 생산된 쌀과 재고 물량까지 모두 사들이는 데 필요한 예산은 1조원이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때에 당정이 통상 10월 초중순에 발표하던 쌀 수확기 수급안정대책을 앞당겨 분쟁과 갈등의 소지를 줄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달 기준 쌀 20kg의 산지 가격은 4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떨어졌다. 45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었고 대규모 집회와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쌀 주산지 8개 지역의 도지사들도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성난 민심을 달래는 방식을 무한정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국회에서는 지금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 절대 다수 의석의 야당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쌀 시장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위험요인이 크다. 쌀 격리는 필요하지만 요동치는 수급 사이클을 잠재우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이보다는 쌀 소비 촉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쌀빵, 쌀면 등을 통해 쌀 소비 트렌드를 확 바꾸는 변화를 주는 데서 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쌀 매입에 들어가는 과도한 예산을 줄이려면 재배 작물 구조조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쌀 과잉 생산 구조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부담이다. 쌀은 남아도는 반면 밀·옥수수·콩의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19년 기준 자급률은 밀 0.5%, 옥수수 0.7%, 콩은 6.6%에 불과하다. 이들 곡물에 수급난이 생기면 충격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정부는 쌀 경작 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전략 작물 직불제’를 도입해 가루 쌀, 콩, 밀, 조사료 등의 재배를 장려할 방침이라고 했다. 쌀 과잉공급을 줄이면서 식량안보를 기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도록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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