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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집값 폭락의 징조라는 애매한 사실들

‘전국 아파트값 역대 최대폭 하락’ ‘강남 아파트도 7억원 뚝뚝... 그래도 안 팔려요’ ‘매물 쏟아지고, 폭락 가속’ ‘미분양 급증, 건설사 죽을 맛’....

요즘 주택시장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시황 기사의 제목들이다. ‘정말 집값이 엄청나게 폭락하고 있구나!’싶다. 시장 상황이 정말 얼마나 심각할까?

‘전국 아파트값 역대 최대 하락’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니 이달 첫째 주 변동률이 ‘-0.17%’로 조사 이래 하락폭이 가장 크다는 뉴스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게 2012년 5월부터다. 이 기준으로 ‘대대로 내려온(역대)’ 집값 흐름은 10년 조금 넘는다. 알다시피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직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황이 더 심각했다. 당시 주간 기준만으로 아파트값이 ‘-1%’ 변동률을 기록하며 폭락한 지역이 수두룩했다. 여기 ‘역대’는 우리가 아는 그 ‘역대’가 아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 7억원 이상 급락했다’는 건 실제 일어난 실거래 사례다. 지난달 도곡동 D아파트 134㎡(전용면적)가 42억3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석 달 전 거래(49억4000만원)보다 폭락했다는 거다. 실제 이런 식으로 몇 억원씩 급락한 사례가 최근 강남에서 종종 일어난다. 가족이나 지인 간 증여성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대부분이지만 중개업자를 통한 일반적인 거래도 발견된다.

따져봐야 할 건 이런 거래가 정상 시장가격에 의한 것인지다. 주변 중개업소에 실제 비슷한 가격의 매물이 있는지,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에 문의하면 대부분 “그런 매물은 더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어떤가? 일부 사정 급한 집주인에 의한 특별한 거래를 보고 호들갑 떠는 건 아닌가?

기저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기준 시점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지 여부다. 앞서 언급한 도곡동 D아파트의 경우 2019년만 해도 20억원대에 거래됐다. 2년 만에 40억원대로, 두 배 폭등했다. 이번에 42억3000만원에 판 집주인은 보유기간이 3년 이상만 됐으면 못해도 20억원 전후 시세차익을 봤을 거다. 이걸 폭락한 집주인의 거래로 판단해야 할까.

‘미분양 급등’이라는 뉴스도 좀 당혹스럽다. 수도권 다 합해 4000여채 정도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분양이 수십만채였다는 걸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것도 악성미분양이라고 하는 준공 후 미분양은 거의 없다.

향후 주택시장이 정말 계속 하락세를 겪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현재 확실한 건 거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시장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정상’이다. 그러니 급매물 사례만 보고 폭락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 가격은 시장가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혼재한다.

또 다른 확실한 건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인허가를 많이 하지 않아 향후 2~3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수요가 있는 특정 지역에서 집값이 한순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아무리 금리상승기라고 해도 살 사람은 사야 한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면 집값상승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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