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태양광 등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사업 운영 실태를 점검해보니 2267건, 2616억원의 위법 부당 사례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5년간 총 12조원이 이 사업에 투입됐는데 관련 지자체 12곳, 사업비 2조1000억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가 그렇다는 얘기다. 사업비의 12%가 규정을 어겨 집행된 것이다. 사업 전체적으로는 무려 1조2000억원가량이 엉터리로 사용됐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특히 부당 사업비 중 80.5%가 태양광 관련사업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이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로 거듭 입증된 셈이다.
비리에 동원된 수법은 사실상 범죄행위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가짜 서류를 제출해 쓴 돈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받은 돈으로 발전사업자들이 자기 돈은 한 푼 들이지 않고 태양광시설을 설치해 거기서 발생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아 대출금을 갚아 나간 것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식 사업을 한 것이다. 더 황당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버섯 재배나 곤충 사육을 한다며 외양만 갖춰놓고 대출을 받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버섯 재배, 곤충 사육시설로 위장하면 별도의 용도 변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나랏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새고 있었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그 기막힌 심정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당 집행된 지원금은 빠짐없이 환수하고 법적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사업 전반이 이처럼 부실하다 보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발전 비중과 산업화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16년 전체 발전량에서 4.8%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했으나 5년 동안 2.7%포인트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태양광 패널은 중국에서, 풍력은 유럽에서 각각 장비를 들여오면서 지원금을 쓰다 보니 공급한 외국 기업들만 호황을 누렸다.
이제라도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 어차피 에너지원은 다변화돼야 하고, 심지어 재생에너지만 인정하자는 국제적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강도는 점점 더 커지고 기업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사업이 부실한 것은 지난 정부가 ‘탈원전’정책에 경도돼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이 그 원인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반면교사로 꼼꼼하게 정책을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