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고공행진이 심상찮다. 워낙 복합적 요인인데다 당장 잡힐 일이 아니어서 더 걱정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다행히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최근 환율 상승세는 무시무시하다. 5일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70원을 돌파했다. 잠시 주춤한다 해도 추세적 상승세는 여전하다.
환율 상승의 이유는 분명하다. ‘킹 달러’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달러 강세의 영향이 첫 번째다. 이게 당분간 힘이 더 세질 모양새다. 잭슨홀미팅으로 미국의 긴축 드라이브는 더 강력해질 게 분명해졌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 강해져 강 달러에 힘을 보탠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0선을 돌파했다. 이는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중국 충격까지 겹쳤다. 도시 봉쇄와 미국과의 무역갈등 지속으로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안화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달러당 6.92원 선으로,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은 환율이 위안화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연동되다시피 움직인다. 달러강세와 위안화 약세가 양 날개로 펀치를 날리는 셈이다.
급기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이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필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 구두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최근 환율 상승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중순 1320원대의 환율이 8월 중순 1330원대로 오르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그 이후 4~5일 만에 10원씩 올라 지난 9월에 들어서자마자 1360원대를 넘어섰고 5일엔 1370원까지 돌파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부의 시장 개입도 잦아져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267억달러나 줄어든 4364억3000만달러 선이다.
환율은 이제 올해 한국 경제 최대의 불안요인이 됐다. 1400원 선도 위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에너지, 원자재 수입이 많은 우리로선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이 경상수지 악화 요인이다. 안 그래도 무역수지는 적자 신기록 행진 중이다. 대외 건전성 지표가 나빠진다. 물가도 더 오른다. 서민에게 더 큰 피해다.
정부는 금 모으기, 달러 모으기 운동이라도 다시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가능한 모든 환율 방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