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의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처별 규제 완화 과제와 실행계획이 쏟아진다. 분야별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걸 왜 이제야’ 하는 안타까움과 ‘이제라도 시작하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5일 발표된 경제 분야 규제혁신 TF의 35개 신규 규제개선 과제도 마찬가지다. 만시지탄과 천만다행이 교차한다. 이날 발표된 과제는 기업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장 애로 및 신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개선사항이 중심이다. 환경검사 합리화, 의료서비스 접근성 제고, 개발 절차 간소화 등 환경, 보건·의료, 입지 분야 규제 완화도 포함됐다.
불필요한 규제의 장벽을 없애겠다고 자랑스럽게 내놓았지만 이런 규제가 있었나 싶은 내용이 적지 않다. 공장총량제는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공장 건축면적을 총량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기업의 공장 신·증축이 허용됐어도 새로 배정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미집행 물량을 신증설에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게 규제 개선과제다. 물리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당연해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산업 현장에서 회전기계의 안전덮개 사용시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판단할 가이드를 만들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컨베이어에 사망한 근로자들이 한둘인가. 아직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차고지행 승차 거부 불만과 기사들의 출퇴근 불편함이 얼마나 컸는데 법인택시 기사의 차고지 밖 근무교대 허용이 이제야 규제 개선과제로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유소 내 이격거리 관련 기준을 고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것도, 전기차 무선충전기에 대한 승인 요건 미비로 사실상 제품 인증과 출시가 불가능했던 것도 이토록 늦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을 두고 묶어서 발표할 게 아니라 파악한 즉시 시행해야 할 내용들이다.
물론 규제 완화의 방향성을 정해놓고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전향적인 내용도 없지 않다. 제품을 생산·사용 후 폐기하지 않고 계속 재사용·재활용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시스템이 좋은 예다. 그 유망 분야로 플라스틱과 배터리를 정하고 폐기물 규제 면제 등 관련 제도와 규정을 고쳐나가겠다는 건 선제적 규제 완화의 긍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규제 완화다. 자주 들어도 기대감이 줄지언정 피로감으로 쌓이지는 않는다. 시간을 정해 묶어서 발표할 게 아니라 파악한 즉시 시행하면 더욱 좋다. 규제 완화도 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