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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너무 늦은 입국전 코로나검사 폐지 유감

이태 넘게 전 세계인의 발목을 꽁꽁 묶어놓았던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자 우리 정부도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조치, 입국 후 1~2주간의 격리 폐지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유일하게 남겨둔 것이 국내 입국 전 24시간 이내 PCR(유전자증폭) 검사와 이에 대체하는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다. 이조차도 이번 주말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해외여행과 항공 수요, 관광업 등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그동안 이 선제검사가 논란이 돼왔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검사 자체가 매우 부실하고, 심지어 현지 브로커가 개입되어 한국 여행객들만 골라 가짜 PCR 검사서를 발급해주는 일까지 비일비재했다. 방역에 허점이 생기는 문제와 더불어 해외 왕래자들의 금전적 피해와 불편함이 상당했다. 실제로 내국인 유입자가 하루 평균 2만명 수준이니 신속항원검사에 10만원씩만 쓰더라도 하루에 20억원, 석 달 동안 1800억원의 국부가 해외로 술술 새었던 것이다(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난 6월부터 코로나 검사 없이 입국이 가능해졌다).

미국 동남부 도시에 사는 딸 부부 집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길에서의 필자의 경험이다. 출국 예정일 하루 전날에 현지에서 PCR 검사를 받고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환승지인 디트로이트공항에서 사정이 생겨 하룻밤 더 공항 인근 호텔에 묵게 되었다. 이튿날 귀국 수속을 하는 중 한국 정부의 24시간 이내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현지에서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공항 귀퉁이에 설치된 부스에서 매우 형식적인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얻은 후에야 출국 수속이 가능했다. 사정은 있었지만 입·출국 시 코로나 검사에만 수십만원이 들었고, 특히 귀국 시 아까운 십수만원의 외화가 유출된 셈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나라 중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선제검사를 요구해온 경우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올해 초부터 방역 조치를 없애거나 완화했고, 미국도 파우치 NIAID(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같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필자가 미국에 머물렀던 6월 초의 경우 자국민에 대한 선제검사는 물론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상태였다. 국내선 항공기 내에서조차 마스크 쓴 사람이 거의 없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정부의 이른바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새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 견해를 중시하는 ‘과학방역’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저런 말들은 많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에도 입국 전 선제검사까지 폐지키로 한 방역 당국의 조치를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유럽이나 미국 등과 같이 수개월만이라도 미리 조치했더라면 수천억원의 국부 유출과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었고, 해외 왕래자들의 불편함과 ‘K-방역 신화’에 대한 비웃음도 다소나마 비켜갈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뿐 아니라 국가경제와 직결된 국가의 방역 문제가 더는 정치적 지형과 이념에 경도돼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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