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내놓은 6990원짜리 치킨이 올 여름 한국 사회를 강타한 가장 경제적이고 논쟁적인 음식이 됐다. 소비자들은 값싼 치킨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아 줄 서는 ‘얼리어닭터’가 됐고, 매일 치킨 매대 앞에는 쇼핑카트 부대가 100m에 이르는 줄을 이루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급기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오픈런’으로 구매한 치킨을 판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촉발한 ‘반값 치킨’ 경쟁에 롯데마트(8800원), 이마트(5980원)까지 참전하면서 이제는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려운 ‘치킨 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외환위기 무렵 이후 24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고물가 시대, 지금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짚어내는 상징적인 사건인 셈이다.
대형마트가 초저가 치킨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년 전 롯데마트가 5000원에 내놓은 ‘통큰치킨’이 반값 치킨의 원조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한 데다, 당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소셜미디어(SNS)에 비판 글을 올리면서 일주일여 만에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가성비 치킨’을 대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180도 다르다. “치킨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원가 부담을 전한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의 발언이 회자될 정도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이런 질문이 생긴다. 그래서 치킨값은 과연 얼마가 적정한가. 우선 분석에 앞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다. 그동안 닭고기 자체 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2년 8월 22일 기준, 닭고기(9·10호) 가격은 3462원으로 현재가(3923원)와 461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직 닭고기만을 원가로 보면 대형마트 입장에서 치킨은 마케팅 효과에 제격인 상품인 것이다.
대형마트는 임차료·인건비 비용이 고정값으로 지불되고 있고 배달비가 따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오일 및 양념·포장 비용(1500원)과 부가세 정도만 고려하면 된다. 단순한 유통 구조를 갖춘 대형마트는 마진을 감안해도 치킨 가격이 1만원을 넘길 이유가 없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손질·포장 닭값만 6000원대에 달한다. 가맹점이 공급하는 튀김유 가격도 2000원대로, 대형마트보다 2배가량 비싸다. 여기에 배달비(4000~5000원)와 이로 인한 배달 중개 수수료(1500~2800원)만 합산해도 최대 7000원대 추가 비용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가맹점주는 임차료와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종일 뜨거운 기름 앞에서 100마리 튀겨 20만원도 못 남길 바엔, 배달 뛰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프랜차이즈 모 치킨집 사장님의 토로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여론의 화살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깜깜이 마진 정보와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율로 향해야 한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3위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2%, 17%, 9%다. 국내업계 최고일 뿐 아니라 구글·애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치킨 가격은 결국 시장이 정할 일이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3만원대’ 치킨 가격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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