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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공급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박일한의 주토피아]
내용없는 윤석열 정부 첫 주택공급대책
시장에 영향 미칠 구체적 대책 없고,
향후 공급대책 발표 계획만 나열
“시장 불확실성 더 커졌다” 불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싸늘하다. 한 부동산 전문 유튜버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이 ‘희롱’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우리는 희룡당했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으나, 실제론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는 맹탕 대책을 내놓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원현미의 등장’이라고 표현했다. 원희룡 장관과 문재인 정부에서 첫 번째 국토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장관의 이름을 합쳐 ‘원현미’라고 부른 것이다. 원 장관이 발표한 이번 대책이 김현미 전 장관이 내놓았던 부동산 대책과 비슷하게 공급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공급 목표라고 제시한 270만가구는 실체가 없는 숫자놀음이라고 평가한다. 전국 구도심을 중심으로 22만호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신규 정비구역 지정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22만호를 산정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10월부터 수요조사를 착수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사업 컨설팅을 지원해 빠른 사업진행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기본적인 수요조사 없이 전문가 몇몇이 모여 책상에서 뽑은 수치라는 뜻이다.

재개발, 재건축, 도심복합사업으로 52만가구를 서울 등 도심에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민간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 아무런 내용이 없다. 역시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 앞선 정부에선 몇몇 표본이라도 뽑아 용적률을 어느 정도 높이면 조합의 사업 참여율이 얼마나 늘어날지(기대 참여율) 시뮬레이션 결과라도 내놓으며, 수치를 나열했지만 이번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는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270만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15만호의 신규 택지가 공급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규제 등이 완화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 직후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 정책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렇게 내놓은 공급목표라는 것도 ‘인허가’ 기준이다. 인허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현재 같은 거래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계속 하락추세를 이어간다면 인허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정부에선 민간 주도로 공급을 늘린다고 표방하고 있는데, 민간에서 시장 상황이 나쁜 와중에 무리하게 인허가를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규 택지지구를 15만가구 신규 지정하겠다는 계획도 납득하기 어렵다. 아직 3기 신도시는 토지보상도 안 됐다. 심지어 2000년초부터 시작한 2기 신도시도 분양물량이 남아 있다. 이미 발표한 것도 진도가 안 나가는 마당에 1년 후인 내년 10월부터 추가로 신규 택지지구를 발표하겠다는 건(이걸 누군가는 4기 신도시란 표현까지 쓴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전문가가 많다. 그저 공급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한 숫자놀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목표 270만가구는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공급목표로 내걸었던 257만가구를 의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수치는 300만이든 400만이든 시장에선 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현재로선 실제 공급(준공 및 입주)이 이뤄질지, 이뤄진다면 10년 후가 될지 20년 이후가 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허수이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대책엔 “대책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저 “대책 발표 계획”일 뿐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그냥 언제까지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만 나열했다는 것이다.

시장에 관심이 컸던 ‘재건축 부담금 감면 계획’은 9월 발표하기로 했다. 새로운 대책에서도 ‘지나친 이익은 환수한다’는 데 ‘지나치다’는 기준이 뭔지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이익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재건축 부담금을 잔뜩 높여 놓은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걸고 당선된 새 정부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해 실제 시행 시기는 미지수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은 국회 동의 없이 국토부 시행령만으로 개정이 가능해 시장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적용범위, 시행시기 등에 대한 최적 대안을 연말까지 제시하겠다”고만 밝혔다. 어떤 모니터링 결과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공식 집값 통계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 집값 흐름으로는 지난 2월부터 벌써 7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세를 멈춘다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 계획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 윤석열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진심으로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내년 상반기 중 공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떤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을 끌어들일지 미지수다.

관심을 모았던 1기신도시 재정비계획은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수립하겠다고 한다. 1기신도시 재정비는 특히 ‘도시재창조 수준의 재정비’라고 미사여구를 붙였지만, 현재로선 말장난에 불과하다. 어떤 재정비 계획이 될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현재로선 무엇 하나 확실히 결정한 게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이번 주택공급대책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는 평가가 많다. 윤석열 정부가 정말 주택공급에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혹평하는 전문가도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은 눈치를 본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포지션을 정하기 애매하다. ‘거래절벽’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내놓는 대책은 ‘계획’이 아니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대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역대 최악의 거래 소강상태를 벗어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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