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공공기관 개편, 늦은 만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천해야

정부가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관리 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지난달 내놓은 공공기관 생산성 제고 방침의 실행 청사진이다.

우선 공기업·준정부기관 유형 분류 기준이 임직원 50명 이상에서 300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수입액 기준도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자산은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높인다. 그렇게 되면 공기업은 36개에서 32개로, 준정부기관은 94개에서 45개로 줄어든다. 기존 130개가 88개로, 무려 3분의 1이 줄어든다. 42개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위가 변경돼 주무부처의 평가와 관리를 받게 된다. 이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 없이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의 비중은 축소(25→15점)하고, 재무성과 비중을 확대(10→20점)키로 했다. 사회적 가치란 게 거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평가 시스템으로의 회귀다. 또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빚을 줄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업무 난이도에 따라 다른 급여를 받는 직무급제로 바꾸면 인센티브도 준다. 비위 임원에 대한 징계도 공무원 수준으로 강화된다. 음주운전으로도 해임될 수 있고 퇴직금도 적어진다.

이번 개편방안의 골자는 “자율성을 높여줄 테니 실적으로 말하라”는 것이다. 효율성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강력한 노조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 재무 상태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가야 할 정확한 방향이다.

지난 5년간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도를 넘었다. 인력은 33만4000명에서 44만9000명으로, 30% 이상 늘어났다. 평균 연봉은 줄잡아 7000만원에 달한다. 그 어느 호황 업종에서도 이런 고용팽창은 보기 어렵다. 이러니 살림살이가 좋을 리 없다. 부채는 499조원에서 583조원으로 증가했다. 1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은 2017년 1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꽁꽁 묶인 전기료 때문에 막대한 적자를 떠안은 한전의 비중이 크다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공기업이 18개나 되는 걸 보면 달리 할 말도 없다.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개혁은 이미 늦었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늦은 만큼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세금을 줄이는 길이다. 무엇보다 유능한 최고경영자 선임이 중요하다. 논공행상형 낙하산 인사로 개혁은 불가능하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