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0시 기준 전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18만8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13일 19만 5387명 이후 126일 만에 최다 규모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만명 이하 수준을 맴돌았으나 점차 늘어나더니 급기야 정부가 이번 대유행의 정점으로 예측했던 ‘8월 중 20만명 안팎’까지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 다가 아니다. 방역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숨은 감염자를 고려하면 이미 30만명 가량 발생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봄 대유행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확진 규모에도 위중증 및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실상 다시 대유행기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번 유행기의 정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외 여행 수요 폭발로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던 휴가철은 광복절을 전후해 그 피크가 일단 지났다. 그러나 확산의 불길은 여전히 거세다. 각급 학교가 개학을 하지 않은 데다 추석 연휴 국민대이동 등이 남은 상태다. 이에 따른 확진자 수도 큰 폭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방역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이제는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4차 접종률이 낮은 시설을 대상으로 방문 접종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추가적으로 내놓았다. 이에 앞서 정부는 요양병원 등의 대면 면회를 중단, 시설 종사자는 주 1회 유전자 증폭(PCR) 검사, 임시 선별검사소와 원스톱 진료기관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확산 추세를 진정시키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이전과 같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도 쉽지 않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거리두기를 더는 권고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강제적 격리 규제 조치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더욱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할 방역의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여태 공석이다. 컨트롤타워가 없는데 과학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결국 각자의 생명과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을 절대 준수하고, 정부가 권하는 백신접종 일정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정부의 방역 중심은 위중증 환자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상급 종합병원을 중증병상 주말 당직병원을 운영하는 등 고위험군 관리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환자 병상과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로 장기 확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