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경찰국’ 신설안을 공식 발표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났다. 졸속 출범 논란 속에 출발한 경찰국은 어느 새 3주차를 맞았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엔 부족한 시간인 듯하다. 경찰국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정치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광복절 연휴인 이달 15일에도 국회에서는 경찰국 대응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을 비판하며 이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심판 청구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국회에서의 경찰국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대책위원회’는 경찰 직장협의회, 경찰청 관련 노조 등으로 구성된 ‘경찰국 폐지 공동대책본부’와 함께 16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이달 17일에도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위한 토론회를 연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하는 행안부·경찰청 업무보고에 대한 관심도 크다. 경찰국을 경찰 장악 시도로 규정한 민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행안부가 어떤 논리로 방어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일선 현장에서는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청장은 지난 인사청문회 때 경찰국 설립 취지에 대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일환”이라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고 적법성 논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윤 청장에게 업무보고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사상 초유의 경란(警亂)위기로 치닫던 이번 사태를 뒷수습하는 일일 것이다. 혼란에 빠진 14만 경찰조직을 추스리고 다독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인사청문회 전후로 낙마할 것이라거나 임기 1년만 지낸다는 ‘지라시’가 돈 것도 리더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권력’이다. 거꾸로 올라가면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 시작이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벗어나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됨으로써 경찰권이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경찰 통제의 필요성을 자극했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경찰국 신설의 기폭제가 됐다.
경찰이 검찰과 동등한 수사기관이자 독립적 치안기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일선 경찰관들로서는 경찰국 신설이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려다가 검찰에 이어 행안부까지 경찰이 모셔야 할 ‘형님’만 늘었다는 푸념이 나온다.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부 인사제청권을 강화함으로써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는 의심도 짙어지고 있다.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논의가 잠잠해진 것도 이러한 우려를 더한다.
윤 청장은 취임사에서 경찰국 논란과 관련해 “어떠한 바람에도 중심을 잡고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선 “걱정하는 일 없도록 하겠다”, “행동으로 기우였음을 보이겠다” 등을 강조했다. 윤 청장의 약속이 공약(空約)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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