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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00년 만의 물폭탄, 기후변화시대 수방대책 새로 짜야

지난 8일부터 서울 강남지역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현재(10일 오전 6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398세대 570명이 발생하는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관악구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의 여동생, 조카가 사망했고, 서울 동작구 반지하주택에서도 50대 여성이 숨졌다. 경기 화성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기숙사로 쓰던 컨테이너를 덥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기도 했다. 이렇듯 천재지변은 유독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

이번 폭우 피해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서울 동작구는 8일 하루 강수량이 382㎜로 집계돼, 1920년 8월 2일 이후 10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서울의 월평균 강수량이 348.2㎜라고 하니, 한 달 내릴 비가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경기에서도 여주·양평·광주 등에 350∼400㎜의 비가 쏟아졌다. 역대급 폭우로 서울과 춘천에서 50여명이 숨진 2011년 호우 사태의 하루 최대 강수량이 301㎜였는데 이번엔 그보다 80㎜ 이상 많았다. 우리 사회의 경험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에 모두가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할 기회를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 놓친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으면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심도 빗물터널계획을 발표했다. 광화문, 강남역 등 상습 침수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지하 40~50m 깊이에 지름 10m 정도의 대형 배수관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러나 후임인 박원순 시장이 2013년 이 계획을 대폭 축소해 2015년부터 강남지역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하수관 개량, 빗물 펌프장 증설사업 등을 벌였다. 배수관 지름은 애초 10m에서 7m로 줄었고 방어 능력은 시간당 강수량 80~85㎜ 수준의 호우가 됐다. 반면 대심도 터널의 방어능력은 시간당 강수량 100㎜ 수준이다. 초기의 구상대로 배수관을 놓았더라면 이번처럼 100년 빈도의 호우에도 대응력을 보여줬을 것이다.

재난은 늘 갑작스레 닥치기 마련이어서 응급 대처할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이번 폭우엔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이 고립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집무실이 다르면 비상 시 컨트롤타워 역할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현실화된 것이다. 재난 상황 시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와 즉각 연동될 수 있는 효율적 대처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이상 기후발 물폭탄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 100년 만의 폭우가 잦아들 것을 상수로 놓고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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