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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0년 넘은 중기적합업종제 경제 득실 따져볼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일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는 정책 양면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 제도가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니 점차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거가 되는 그동안의 지표들을 보면 당연한 주장이다.

2008~2018년간 중기적합업종 전체 품목의 출하액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1.2%에서 0.5%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비중도 올라가기는커녕 7.9%에서 7.6%로 오히려 감소했다. 적합업종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와 종사자 수 역시 각각 10%, 10.9% 감소했고 심지어 1인당 인건비도 약 1.3% 줄어들었다. 반대로 3년 단위로 갱신되는 적합업종의 만기시점이 되면 생산액과 부가가치 고용 등이 증가했다.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해당 업종 대기업의 생산 및 고용활동은 위축됐으나 중소기업의 활동도 나아진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효성이 낮다는 얘기다.

중기 적합업종 정책의 뿌리는 깊다. 이름만 바뀌었지 중기 고유업종 제도로 시행된 게 40년도 훨씬 전인 1979년이다. 당시에도 똑같은 실효성 논란을 빚다 2006년 폐지됐다. 그러던 것이 상생의 분위기 속에 다시 생겨난 게 지난 2011년이다. 그때부터 정부가 아닌 동반성장위원회가 업종 선정을 한다. 제조업에 국한됐던 업종도 서비스업까지 늘어났다. 2016년 74개였던 대상업종이 지금은 125개나 된다.

그럼에도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중고차 판매업이나 대리운전 역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다. 소비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데 정책이 산업발전과 세계화의 발목을 잡는다. 외국 제품의 수입에 의한 국내 기업의 역차별 사례도 나온다. 중기 보호의 성공적 사례로 자주 거론됐던 LED 조명은 지금 안방마님으로 전락했다. 규제에 다름 아니다.

10년을 훌쩍 넘긴 정책이라면 경제의 득실을 제대로 따져볼 때도 됐다. 중기적합업종 제도도 마찬가지다. 예나 지금이나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나무랄 데 없다. 정책의 변경에 따른 충격 완화 방안과 보완대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일정을 예고한 점진적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중소기업 발전대책이 필요하다. 울타리를 쳐서 막아주는 건 하책이다. 부정경쟁과 불공정거래에서 중소기업이 벗어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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