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이어 조수진·윤영석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던지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마침내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23일 만에 대표대행직에서 물러났다. 배 의원 사퇴 때만 해도 일부 최고위원의 일이라고 하던 그였기에 이번 일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당의 ‘원톱’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엄호하다 ‘9급 비하’ 설화를 빚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내부 총질’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고뭉치’가 돼 대통령 국정수행의 걸림돌이 되고 국민의 신뢰와 당내 권위를 모두 잃은 만큼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문제는 권 대행의 사퇴가 쇄신의 출발점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내홍의 불씨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준석 대표는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할 경우 자신의 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판단 아래 법적 조치(비대위 전환 가처분 신청)를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하던 저들이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하는 등 공격 수위도 높이고 있다. 친이준석계인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당 대표 궐위, 최고위원 전원사퇴를 충족하지 못하는 비대위 구성은 당헌·당규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비대위는 주로 대선·총선 등 굵직한 선거에서 진 쪽이 쇄신 목적으로 만드는 기구다.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집권 여당이 잇단 헛발질로 내홍에 휩싸이며 비대위 구성 운운하는 것 자체가 희극적이다.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한국갤럽)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에게선 볼 수 없었던 참담한 사태다. 당내 권력다툼과 이전투구,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 대통령실의 무능이 합작해 빚어진 일이다. 조 의원의 말처럼 당·대통령실·정부 3축의 전면적 쇄신을 않고는 극복할 수 없다.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내분을 벌이고, 당과 대통령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면 공멸의 길로 갈 뿐이고 나라가 불행해진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복합 위기가 엄습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권의 지리멸렬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과 변화다. 이번주 휴가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아 국정 전반의 쇄신을 가져오는 전환점을 만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