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보호자가 낫을 휘둘러 의사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고, 부산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음주상태에서 빨리 진료해주지 않는다고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몇 년 전 임세원 교수가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이후 병원에서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구축한다며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과 장비를 설치하고, 국회에서는 의료인 폭행 시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계속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진에게만 폭행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서는 소송 과정에 불만을 품고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에 방화해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멀리는 사법부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석궁으로 쏘아 부상을 입힌 일도 있었다. 가장 전문적인 분야인 의료나 법률 분야에서조차 그 결과에 불만을 품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문제해결이 시급한 실정이다. 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날까? 각 분야 전문가는 오랫동안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기 전에는 관련 분야 정보들이 전문가들에게만 접근이 가능하고 일반인들은 접근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ICT의 발전으로 오늘날은 휴대전화만으로도 누구나 거의 모든 전문정보에 공개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자신의 사건 내용을 넣으면 그동안의 판례에 비춰 어떤 판결이 나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법률 앱까지 있다고 한다. 이러하니, 의사나 판사의 판단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는 즉각 그 판단이 잘못됐다고 항의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의 시대에서 정보 위주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전문가가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로 전문가 그룹의 내부적 요인은 없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어떤 그룹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공적마인드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에게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그 단체가 국민이 보기에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전체 사회의 정의나 이익에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한 인식이 있기에 실제로 이러한 단체들이 공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더라도 국민 대부분은 전문가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가그룹의 책임감 있는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법적 분쟁이나 질병을 해결하는 데에 보탬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각 사안에 따라 전문가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또한 전문가의 판단이 환자 혹은 의뢰인의 바람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가 아니라고 하여 전문가를 폭행하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전문가 수난 시대라는 말이 떠오른다. 수난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가단체의 자정작용과 전문가 대상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전문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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