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수정치는 충격적이다. 특히 한국에는 더더욱 그렇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3%로 제시했다. 지난 4월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6%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IMF가 내놓은 건 2.1%다. 직전 전망(2.9%)에 비해 무려 1%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렸다. 국제기구에서 불과 두 달 만에 이렇게 들쭉날쭉 수치를 내놓아도 되느냐고 비난하고 싶을 정도다.
문제는 IMF의 전망이 어디 하나 틀린 데 없고 핵심을 찌른다는 점이다. IMF는 “성장저하에 고물가, 무역적자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와 관련해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봤다. 실제 우리는 지난 5월 이후 매달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중국 변수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항력적이다. 오죽하면 지치지 않는 제조업 강국 독일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다. 10년 만에 대중 무역적자로 돌아섰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은 우리보다 한참 낮은 1.2%, 0.8%다.
따지고 보면 미래에 다가올 고통을 예측하는 통계나 전망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 0.7%는 0.5%도 어려울 것이란 시장 전망을 웃도는 깜짝 실적처럼 보이지만 속은 전혀 편치 않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상태에서 오로지 내수에 의존한 결과이어서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소비는 작은 충격에도 시동이 꺼지는 가장 취약한 성장동력이다. 그럼에도 물가잡기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서 금리인상과 긴축 기조는 유지해야만 한다. IMF도 대놓고 그걸 권고한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국내 경제학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진입 단계에 있다”고 봤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본 학자도 2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물가와 임금인상 소용돌이, 빈곤 증가와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불평등 심화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은 당연한 결론이다.
아직 경제위기의 고통은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많은 이가 내년에 외환위기 못지않은 충격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결국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한 대응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전제는 솔선수범이다. 먼저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고통분담에 대한 이해와 동참을 호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