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화장품 메이커 시세이도(資生堂)가 오는 9월 창업 150주년을 맞는다. 이 회사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 약국에 이어 치약, 소다수 및 아이스크림, 향수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화장품으로 주력 업종을 바꿔 계열사 87개, 연매출 1조엔, 전체 직원 3만5318명의 매출 세계 5위 기업이 됐다.
시세이도는 지난 1897년 화장품 사업 진출 이후 후발 주자임에도 고품질과 유통 차별화 전략으로 정상에 올랐다. 대표적인 장수 기업 시세이도가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해 단기 비전인 ‘WIN 2023(윈 2023)’과 장기 비전인 ‘2030 글로벌 1위’를 내놨다. 8년 뒤 세계 최고 뷰티 기업의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은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다.
시세이도는 수년 전부터 국내에 첨단 공장을 잇달아 세우고 있다. 지난 5월 말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 총 450억엔을 투자해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새 공장을 완공했다. 이곳에서는 스킨케어 브랜드인 ‘에릭실’과 ‘아쿠아레벨’을 생산한다. 이 공장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조달한다.
앞서 2019년 12월 도치기현 나스에도 새 공장이 들어섰다. 총 350억엔이 투입된 나스 공장은 시세이도가 국내에 36년 만에 건설한 생산시설이다.
2021년 9월에도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 총 635억엔을 투자한 공급 거점을 열었다. 물류센터를 함께 설치한 첫 번째 공장이다.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인 ‘SHISEIDO(시세이도)’를 생산 중이다.
국내 생산공장은 최근 3년 새 3개에서 6개로 두 배 늘어났다. 총 투자비는 1400억엔에 달한다. 전체 화장품 생산량은 연 4억2000만개로 증가했다.
우오타니 마사히코(魚谷雅彦) 최고경영자(CEO)가 ‘메이드 인 재팬’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 코카콜라 대표를 하다가 2014년 영입된 우오타니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다. 그는 “국내에서 고가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부터 시작한 ‘WIN 2023’은 내년 말까지 회사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는 것이 목표다. 매출 1조엔, 영업이익률 15% 달성을 내걸었다. 이를 발판으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조엔, 영업이익률 18%를 실현해, 글로벌 1위 화장품 업체를 추구하고 있다.
우오타니 사장은 취임 직후 브랜드 고급화와 외국인 관광객 대상 마케팅의 성공으로 2020년으로 잡았던 ‘매출 1조엔’ 경영 계획을 3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e커머스’도 강화해 판매 채널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조750억엔, 영업이익은 46% 늘어난 620억엔을 예상한다.
우오타니 사장은 향후 성장 전략과 관련해 “코로나로 100년에 한 번의 대위기가 찾아왔다”며 “오래 고민한 끝에 ‘원점’으로 돌아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제 약국에서 출발해 화장품 업계 정상에 오른 전통을 살려 고급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시세이도의 ‘국내 생산 회귀’는 글로벌 경영 환경의 급변 속에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