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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사색] 코로나가 만든 괴물뱃사공

2년 넘게 전 세계를 고통에 신음하게 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끈질긴 역병의 무력시위에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받고 있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이 와중에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는 쪽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을 제조·판매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이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서 유이하게 대목(?)을 맞은 골프와 캠핑업종의 호황은 그리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4인 이상 회동은 물론 식사와 음주도 엄격히 제한됐다. 당연히 대부분의 스포츠와 취미활동도 제약을 피할 길이 없었다. 각종 프로스포츠는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영화 상영이나 공연들은 취소되거나 관객 수 제한 아래 치러져야 했다. 집 안에서 하는 홈트(홈트레이닝)장비와 유튜브 홈트 채널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친목모임에 목마른 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때 국민을 옥죄던 ‘올가미’를 살짝 풀어준 것이 바로 ‘골프’와 ‘캠핑’이다. 일단 야외에서 행해지고 4인 정도의 소규모 모임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골프장들은 밀려오는 골퍼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골프나 시작할까’ 하는 새로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골프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의류나 용품업체도 물건 대기가 벅찰 지경이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골프장들은 처음에 조금씩 가격을 올리다가 나중에는 당당하게 올리기 시작했지만 몰려드는 골퍼들은 줄지 않았다. 이 당시 골프장 관계자들이 제일 불편해한 말이 ‘물 들어올 때 노 너무 심하게 젓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였다. 노를 젓는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정국 속에 값 올려가며 사상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눈총이 따갑긴 했으리라.

골프인구의 급증은 각 골프장을 풀가동을 하게 했고, 캐디는 부족해 캐디피도 올라갔으며, 아무 이유 없이 카트비까지 덩달아 올랐다. 이제 7만~8만원 하던 골프장비를 20만원 이상을 받아도, 잔디가 파여나가 맨땅이 돼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세상이 됐다. 주말라운드 한 번 하려면 1인당 40만원은 있어야 하니 이제 골프는 다시 1980년대처럼 ‘부유층의 취미’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캠핑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용히 자연을 즐기던 캠핑은 이제 주말예약이 골프보다 어렵다. 캠핑용품도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캠핑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격은 올랐고, 1박 예약은 받지 않고 2박 예약 우선으로 받는 곳도 많다. 조용한 캠핑장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별것도 아닌 제품에 ‘캠핑’이라는 말만 붙으면 바로 가격이 2~3배가 됐다. 캠핑의 기본 매너를 모르는 캠퍼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무료 야영이 허용되던 한 섬이 화롯대 사용 금지 규정을 어긴 캠퍼로 인해 화재가 난 뒤 폐쇄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들의 횡포에 가까운 가격인상 러시에도 많은 이는 ‘코로나가 끝나면 정상화되겠지’라며 참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수요는 차고 넘친다’는 마인드로 배짱영업을 하는 곳들은 늘어만 간다.

매일 오르던 기름값이 국제유가가 폭락해도 안 떨어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들은 오늘도 힘차게 노를 젓는다. 물은 계속 들어오니까.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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