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사이에 외교안보와 경제기술동맹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대서양 외경기 동맹이라 칭할 수도 있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유럽의 안보 공포가 미국과의 강력한 경제와 기술동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는 미국을 축으로 하는 안보경제동맹에 중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이것을 단순히 신냉전이라 표현한다면 국제외교 현장의 핵심을 전달하지 못한다. 지금의 동맹은 이념이 아니라 안보와 경제 및 기술 헤게모니를 위한 포석이다. 안보 외교에 기술개발 협력이 더해지고, 안보동맹이 경제와 기술동맹으로 확대되는 이유다.
여기에 세계는 경기침체라는 파고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암초를 만난 선진 산업국에서는 정부가 생산과 소비의 감소를 강제하고 대신 통화 유동성을 더욱 임의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보복)소비의 증가는 볼 수 있지만 생산의 증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산은 다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제 스태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는 점점 현실적 상황이 되고 있다. 유럽 경제의 견인차 독일 역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경제학자 레쉬케 교수(바이로이트대학)는 독일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그 근거로 러시아의 가스공급 조절에 따른 생산의 축소 시나리오를 들고 있다. 현재 3인(2인 공석)의 ‘경제현자’로 운영되는 독일 경제자문위원회의 슈니처 교수 역시 비슷한 근거로 경기침체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다만 여전히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언론에 피력했다. 최근 독일은 60% 가까이 러시아 가스 공급이 축소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에 약 8%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5%, 내년 2% 성장을 예상하지만 가스 공급 축소 사태가 계속된다면 성장은 없고 대신 경기침체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됐다. 독일과 유럽이 미국과의 경제와 기술동맹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보와 외교, 경제와 기술이 하나로 움직이는 공조 현상은 이런 상황에서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는 외경기 동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유럽과의 동맹도 긴밀하게 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가스라이팅으로 비유한 도착(倒錯)적 시각의 허구를 국민에 알리는 데 노력해야 되며, 정상회의 참석에 왈가왈부하는 이웃에게는 내정 간섭을 말라고 경고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경기침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최근 세계 경제의 어려움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통화 유동성의 지속적 증가 등이 몰고 온 예견된 상황이다. 이에 경제정책의 기조를 무엇보다 물가안정과 기업의 생산증가에 둬야 한다. 금리 조정과 환율 방어에 일관성과 확실성을 유지해야 한다. 경기침체 진행 단계에 맞춘 정책플랜 A, B, C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순차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번 경기침체를 경제의 동적 균형을 빨리 회복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통화 유동성과 인위적 경기부양이라는 진통제로 계속 막는다면 미래의 경제위기라는 암을 막지 못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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