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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초유의 당대표 징계 사태, 대혼돈 속 집권여당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7일 오후 7시부터 8일 새벽까지 8시간 가까운 마라톤회의 끝에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 현직 당대표가 성(性)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초유의 사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만에 집권여당의 리더십이 사실상 공백 상황을 맞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임기 초반 지지율 부진을 겪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수행 뒷받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그가 2013년 사업가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으로, 대선기간인 지난해 12월 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후 가세연은 지난 3월 말 “성 상납 의혹이 나온 직후 이 대표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제보자를 만나 성 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면서 7억원 투자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이 대표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절차 배후에 자신을 쳐내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있다며 반발했지만 판사 출신 이양희 위원장은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심의하고 판단했다”며 배후설을 재반박했다.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36세 최연소에 의정 경험이 전무한 ‘0선’으로 제1야당의 리더가 된 이 대표는 ‘보수의 희망’이었다. ‘가출 소동’ ‘자기정치’ ‘윤핵관’과의 잦은 충돌 등으로 당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크지만 20·30대의 두터운 지지를 끌어내 ‘꼰대당’의 면모를 일신했고, 결과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비록 9년 전 일이라 해도 성 접대를 받고 이의 증거인멸을 위한 거래를 했다면 당원권 정지가 아니라 정계 퇴출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신력이 부족한 가세연과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사업가에 의해 제기된 의혹만으로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청년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심의와 징계 절차를 밟은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뒤 판단했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당은 이제 대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당장 이 대표는 “징계 처분을 보류시킬 것”이라며 징계 결정을 뒤집으려고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참에 당 주도권을 쥐려는 친윤(친윤석열)그룹이 공세에 나서면서 당은 사실상 내전 상태다. 이례적 고물가와 경기위기로 민생이 고통이 가중되는 때에 집권여당이 세력경쟁을 펼치며 사분오열하면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여당 지도부는 당내 혼란을 수습할 특단의 대처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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