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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달 넘어 겨우 문 연 국회, 뒷전 밀린 민생부터 챙겨야

국회가 어렵게 문을 열었다. 21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4일 극적으로 타결돼 의장단 선출을 마친 것이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회가 문을 열었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문만 열었지, 일할 준비는 전혀 갖추지 못했다.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신경전은 여전해 상임위 구성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테니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헌법재판소 소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검수완박’ 법안을 인정하는 것이라 국민의힘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이미 그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 대신 국민의힘은 사개특위는 여야 5대 5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자신들이 맡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 제안은 민주당이 거부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생명이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반복하는 것은 협상 의지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력이 부재한 탓이다. 여야 모두 서로 한 발씩 물러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새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를 ‘패싱’한 고위 공직자가 3명째 나왔다. 특히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교육부총리의 ‘만취 운전’ 논란에 대한 검증이 불발됐다. 교육 수장으로선 치명적 결격 사유로 청문회가 열렸다면 결코 비켜갈 수 없는 사안이다. 국회의 무능이 낳은 결과다.

무엇보다 국회 완전 정상화가 화급한 것은 뒷전으로 밀린 민생 현안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다. 5일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았다. 여기에 더해 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삼중고까지 겹친 최악의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법안 처리는 한시가 급하다. 우선 민생과 직결된 것만 해도 유류세 인하와 화물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 법안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발의된 규제개혁 법안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국난을 헤쳐나가려면 당파를 초월한 협치가 필수다. 여든, 야든 당리당략에 얽매여 이를 외면하면 준엄한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양보와 협치로 국론을 모아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선 전례가 있지 않은가. ‘통 큰 양보’로 상임위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고 하고, 민생을 살피는 21대 후반기 국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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