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미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미국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는 세계 경제의 경착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만큼 논리적이다. 그래서 설득력 있다. 이제 연착륙 낙관론은 어디에도 없다.
CRS는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후퇴는 장기간 금리인상 후에 일어났으며 1965년과 1984년, 1994년 연착륙에 성공한 사례도 없지 않지만 모두 물가가 5% 미만으로 낮은 상태였다”면서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 할 수밖에 없을 때는 경착륙의 사례가 훨씬 더 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는 8%를 넘어 9%로 가고 미 연준도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아직도 한참 더 밀고 갈 것이라고 공언도 했다. 고용은 여전히 설설 끓지만 이미 소비는 한풀 꺽인 모습이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다. 매달 개인소비지출이 미세하게 늘어난다지만 0.2% 안팎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다. 그 결과가 국내총생산(GDP)의 위축이다. 미국은 1분기 이미 -1.6%의 역성장을 했고 2분기 전망도 -2.0% 이상이다. 2분기 연속 GDP가 쪼그라들면 전미경제연구소(NBER)도 경기침체로 판정한다.
그건 곧 더블딥이다. 코로나19 록다운(봉쇄) 초기인 2020년 경기침체가 진행된 후 회복되다가 다시 고꾸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40년 전 2차 석유 파동 당시와 같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착륙 우려 때문에 금리를 신속하게 올리지 않으면 물가조차 잡지 못한 채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더 안 좋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CRS가 강조하는 것도 “불가피한 경착륙마저도 최악이 아니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세계 경제의 흐름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과 경착륙이 기정사실이라면 개방형 무역대국인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벌써 조짐이 나타난다. 무역적자는 상반기에만 100억달러를 넘겼고 하반기 수출 전망도 어두워졌다. 재정은 여력이 없고 물가는 치솟는다. 초유의 복합 위기 국면이다.
경제고통지수는 최악인데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당리당략으로 민생을 내팽긴 상태이고 대기업 귀족노조는 임금인상 하투(夏鬪)만 외친다. 정부도 겉으로만 부산했지, 무역금융 확대 등 흘러간 옛노래 대책만 내놓고 기업들에 고통 분담만 강조할 뿐이다.
전시라도 이럴 것인가. 경제도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그걸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