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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납득 안 되는 2023 최저임금 5% 인상, 후유증 불보듯

2023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금액이다. 노사 간 의견 차이가 너무 커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결국 일부 위원의 퇴장 속에 표결에 부쳐져 공익위원들의 제시안대로 확정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을 8월 5일까지 고시한다. 노사 양측은 고시 전까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합당하다고 노동부가 인정할 경우 재심의도 가능하지만 지금껏 그런 사례는 없다. 한 번 결정됐으면 그대로 간다는 얘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은 8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켰다는 점 이외엔 온통 문제투성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인 건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16.4%나 올린 2018년에도 노동계는 “1만원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1.5% 올린 2021년에도 사용자 측은 “코로나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을 정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1만80원(10.0% 인상률)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던 노동계 측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동결을 주장하다 결국 9330원(1.9%)안을 내놓았던 사용자 측도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5% 인상안의 논리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하다. 내년도 예상되는 경제성장률(2.7%)에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더하고 취업자 증가율(2.2%)을 빼서 나온 수치가 5%다.

하지만 전망 수치 자체의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지난해에도 공익위원들은 똑같은 산식으로 인상률을 정했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4.0%)에 물가상승률 전망치(1.8%)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0.7%)을 빼서 인상률 5.1%가 나왔다.

그런데 올해 실질 수치는 어디 하나 비슷한 것도 없다. 물가상승률은 5~6%를 오르내리고 연간으로 봐도 4%를 훌쩍 넘는다. 대신 성장률은 정부가 내놓은 전망이 2.6%에 불과하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의 현재 상황을 보면 취업자 증가율 0.7% 역시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영세 업체의 지급능력 부족을 불러오고 4년 연속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미만율이 15%에 달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은 이런 실수를 올해도 저질렀다. 억지 수치를 기계적으로 짜맞춘 현실성 없는 내년 최저임금이 나온 이유다.

최저임금은 물가와 성장률뿐 아니라 생산성과 지불 능력까지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 설득할 논리가 생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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