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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변명하는 바이든, 힘 빠지는 미국

미국 경제가 난리다. 40년 만에 최고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관측이 봇물이다. 세계 경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변명 중이다. ‘침체는 불가피하지 않다’고 애매하게 말한다.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확언하진 못한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할 때의 배짱은 사라졌다. 대신 러시아가 벌인 전쟁 탓에 인플레이션이 악화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린다. 리더가 해선 안 될, 남 탓이다.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지난해부터 경고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통화도 했다. 서머스가 “현 인플레이션율이 경기침체 없이 연방준비제도가 설정한 (물가상승률) 2% 목표에 도달한 역사적 전례는 없다”고 매섭게 때리자 여론 악화를 막으려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연준 의장 출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곁에 둔 바이든 대통령은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트위터를 통해선 언론이 자신의 업적을 1면에 보도하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흔들리는 미국에 대한 서머스의 판단은 그나마 ‘양반’이다. 국제정치 차원에선 미국의 후퇴를 전망하는 날카로운 의견이 밀려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한 칼럼에서 냉전시대 ‘철의 장막’ 붕괴 이후 ‘넘버원’이었던 미국은 어떤 지표를 갖다대든 경제적으로 중국에 따라잡히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지정학적으로도 이대로라면 중국과 신(新)냉전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엄혹하게 진단했다. 미국은 도덕적으로 옳은 게 뭔지 다른 나라에 가르치려 한 반면 중국은 빈곤국에 인프라 투자를 하며 행동했다는 지적도 했다. 다른 나라에 미국 상품만 팔려고 하지 말고,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폭격기·미사일만이 아닌 지식재산권과 같은 소프트파워로 개도국을 도와야 한다면서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비판은 푸틴 정권이 미국을 비난하는 지점과 닮은 것 같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팩폭(반박할 수 없는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지키는 세계평화)’는 종말로 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의회(ECFR) 이사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독일과 일본이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결정했거나 그런 방향으로 가는 점을 들어 국제 안보질서가 다시 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모든 걸 관장하는 게 아닌 유럽과 아시아의 핵심국인 독일·일본과 협조해 힘을 나누는 시대가 코앞이라는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읽힌다.

문제는 우리다. 경제든, 외교든 미국, 더 정확히는 바이든 대통령만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폭에 따라 한국 경제는 더 심한 롤러코스터를 탈 처지인데 방책이 마땅치 않다. 외교도 친미(親美)라는 패를 너무 노골적으로 깠다. 인도처럼 중국·러시아 주도의 브릭스(BRICS), 미국 중심의 쿼드(Quad)에 양다리를 걸치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더 늦기 전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움직일 필요가 있다. 변명하면 이미 진 거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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