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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의 현장에서] 빅이벤트 지나갔으니 이젠 행동할 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어요. 대선까진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부동산시장 전망 질문에 전문가들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대선이 부동산정책 불안정성을 키우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비슷한 듯 다른 부동산공약을 쏟아냈고 향후 5년의 정책방향성을 예상할 수 없던 시장은 숨죽이고 있었다. 대선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곧 대선이 끝나면 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고 시장은 대선 이후를 기다렸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걷히지 않았다. 매도자도, 매수자도 서로 눈치만 봤고 시장 추이를 지켜보자며 관망했다. 그사이 거래절벽 현상은 더 심화됐다. 그러자 시장은 새 정부 출범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사라지겠거니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첫발을 내딛고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시장은 다시금 ‘지방선거’라는 변수를 가리켰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각종 부동산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시장안정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시장은 숨죽인 채 6개월이 흐르고 흘렀다. 이제 대선도, 지선도 끝이 났다.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정부도, 4년을 책임질 지방정부도 제자리를 찾았다.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 정책적인 불확실성은 거둬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반 년이 넘도록 멈춰서 있다. 2020년부터 2년간 줄곧 내달리기만 하더니 중앙은행이 돈줄 죄기에 나서자마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폭발적이던 거래량은 반 토막 났고 가격 오름세는 꺾였다. 청약광풍은 온 데 간 데 없고 미분양도 슬금슬금 늘고 있다. 그러나 안정 국면이라기보다는 ‘폭풍전야’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거래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조치로 매물이 늘고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가격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부맥경화(부동산+동맥경화)’ 상황이라고 불릴 만하다. 전문가들은 부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한 원인으로 대출과 세금을 손꼽는다. 그러나 그보다도 정책적 불확실성이 시장의 눈치보기 장세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약속하면서도 시장의 기능 회복을 최우선목표로 세워 놓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진 못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1호 정책으로 세운 것도 이 연장선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출범 100일 내 ‘250만가구+α’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감 있는 거래 활성화 시그널이 되려면 단호하면서도 뚜렷한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시장은 정부의 입이 아닌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이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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