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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던지는 성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국제적 위상이나 군사력에서 현저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선제 공격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전력 열세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결연한 항전의지를 바탕으로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세를 저지하는 데에 성공하였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결속시키면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 양상을 통하여 몇 가지 성찰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21세기에도 전체주의적 성격의 국가 지도자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大)슬라브주의’의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는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 안보 및 국제적 위상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푸틴의 세계관이 전쟁을 야기한 주요 요인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팽창적이고 공격적인 세계관을 가진 국가 지도자의 존재, 그리고 이러한 지도자가 통치하는 국가의 공격적인 성향이 여전히 전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첨단 과학기술에 바탕한 무기 체계를 과신해선 안 된다. 러시아가 핵 전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절대 우위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세한 사이버 전력이나 공군 및 기갑 전력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지휘 통제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에 실패하였다. 21세기 현대전도 클라우제비츠가 갈파하였듯이 전략적 중심을 마비시킬 수 있는가 여부가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셋째, 병력과 장비의 절대적 열세에도 군 통수권자가 결연한 항전 의지를 가지고, 지휘 통제 기능을 유지하면서 군대와 국민을 독려한다면 약소국이라도 강대국에 대한 성공적 항전을 수행할 수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외교나 군사 문제에서 별다른 경험이 없으나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국민과 전 세계에 알렸다. 우크라이나 외교 및 군사 당국은 러시아의 공세 속에서 일론 머스크 등으로부터 적극적인 스타링크 위성통신 지원을 확보하며 국가 차원의 지휘 통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지휘 통제 체제 및 SNS를 활용해 군 통수권을 행사하고 항전을 독려할 수 있었다.

넷째, 국제사회에서 다수의 동맹과 우방국을 확보하는가 여부가 전쟁 수행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그렇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사항전 의지와 효율적인 공공외교가 나토 국가들과 국제사회를 우방으로 변화시켰다. 비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지원 통로 차단을 감행하였지만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직 전쟁의 결말은 알지 못한다. 전쟁은 보다 장기화되거나 대규모화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전쟁이 21세기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장 유엔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자격을 의문시하는 시각이 대두되면서 안보리 재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이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미 정상이 공동 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국제사회의 규범을 위반하며 안정을 해치는 침략행위에 대해서는 동맹 및 우방국들과 단호한 공동 대응을 취해나가는 것이 글로벌 책임국가로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외교적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한 외교가 우리의 안보 역량도 강화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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