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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규모 기업 투자 일회성 안되려면 규제개혁 절실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가히 역대급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미래 먹거리, 신성장 IT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특히 국내 투자는 250조원에서 360조원으로, 40% 이상 늘었다. 8만명의 고용증대도 납득이 간다. 현대차그룹도 주요 3사가 국내에서만 향후 4년간 63조원을 투자한다. 다른 계열사와 부품 하청 중소기업까지 고려하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더 늘어난다. 롯데와 한화그룹 역시 신성장 미래산업 분야에 5년간 37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내놨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동시다발적인 투자계획 발표는 물론 새 정부 출범에 때를 맞춘 것이다. 그렇다고 환심사기용 홍보라고 폄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계획이다. 사업환경이 달라지면 투자계획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정부가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종용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만한 경영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기업에 투자란 생존을 위한 결정이다. 현재의 먹거리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관건이 투자다. 필요하다면 어떤 난관에도 투자하는 게 기업이다. 소비자 수요 측면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는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신기술이든, 기존 기술의 융합이든 시장을 만들고 키우고 유지하는 게 경영이다. 성공과 실패의 책임도 기업에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기업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필요한 경영환경의 또 다른 변수가 정부의 정책이다. 때마침 윤석열 정부는 경제 분야의 주요 실천과제로 “민간이 끄는 자유로운 시장과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내세웠다. 말할 것도 없이 획기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역대 어느 하나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부가 없다. 김영삼 정부는 행정규제기본법를 만들었고 김대중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를 운영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규제총량제가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도 덩어리 규제개선을 추진했고, 규제비용관리제와 규제센드박스를 각각 도입한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여전히 규제는 개혁을 요구한다. 심지어 없앤 것보다 새로 만든 규제가 더 많다.

새 정부도 이달 초 ‘규제혁신전략회의’ ‘규제혁신추진단’ ‘경쟁영향평가센터’ 등 다양한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과거와 달라보이는 건 없다. 그렇다면 의지라도 남달라야 한다. 아무도 못한 청와대 이전을 두 달 만에 전광석화처럼 해낸 정부다. 그 정도의 의지가 규제개혁에도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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