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운을 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의 참여가 공식화됐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입을 선언하고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군사동맹·경제동맹에 이어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9일 관련 내용 브리핑에서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해온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 속에서 IPEF와 같은 협력의 틀에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신(新)통상 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에서 참여국들끼리 공동 기준을 만들고 협력하면서 중국의 굴기를 꺾는 공급망을 형성한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8개국이 참여를 확정했고 다수의 아세안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2박3일(20~2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행보가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기술은 동맹을 움직이는 힘이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TSMC를 지렛대로 미국으로부터 ‘안보 우산’을 제공받으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대만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바야흐로 경제와 안보가 함께 가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는 분명 반도체 제조강국이지만 원천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도국도 미국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블록에 참여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IPEF에 참여하더라도 ‘전략적 동반자’이며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는 훼손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국은 IPEF를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에 이어 경제와 기술 차원의 또 다른 반중 연합체 구축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의 장기적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하는 중국과의 연결망을 끊는 디커플링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중국의 반발을 불식하려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활성화에도 우리가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부각해야 한다. 한편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