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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국민요청 현실로

“10년 전세생활하다 ‘영끌’로 겨우 서울에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했는데 중개수수료가 900만원이나 되네요. 집값만 마련하면 될 줄 알았는데 취득세, 이사비에 중개수수료까지 너무 부담됩니다” “전셋값도 많이 올랐는데 중개수수료도 너무 비싸요. 집주인에겐 중개수수료 절반만 받는다는데 우리 같이 힘없는 세입자한텐 다 받네요. 매매보다 전세 중개수수료가 더 비싸다는 게 말이 되나요?”

2019∼2020년 ‘국민신문고’에는 중개수수료 관련 민원·제안이 3370건 접수되는 등 이른바 ‘복비 갈등’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는 부동산거래가격과 연동되는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중개수수료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청이 민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국민신문고 민원 분석을 통하여 현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와 관련된 국민 불만을 파악하고, ‘국민생각함’ 설문조사로 제도 개선 정책 방향을 도출하였다. 이어 국토교통부·공인중개사협회·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관계기관 방문 협의, 전문가토론회, 국민선호도 조사 등을 실시해 얻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개선안에 포함하였다. 국민권익위는 이렇게 마련한 주택 중개수수료 및 중개 서비스 개선안을 지난해 2월 국토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였다.

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주택의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 개선, 개업 공인중개사의 법정 중개 서비스 외 부가서비스 확대, 중개거래 과정에서의 분쟁 발생 최소화와 중개의뢰인 보호장치 강구, 주거취약계층 중개수수료 지원을 위한 지자체 역할 강화다. 이 중 국민이 가장 관심 많았던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에 대해서는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되 공인중개사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네 가지 정책방안을 제안해 권고 수용성을 높였다. 이후 국토부는 연구용역, 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해 10월과 12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과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을 각각 개정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주택 중개수수료 최고요율 인하, 손해배상책임 보장금액 상향 조정,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권리관계 구체화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애초 국민권익위가 권고한 최고요율 완화, 현 최고요율이 적용되는 고가 구간 세분화,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중개수수료 역전 현상(임대차〉매매) 해소 등을 반영해 앞으로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개 사고에 대한 소비자보호를 위해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 보장을 현실화하고 중개사무소에 사업장등록증 게시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도 반영됐다. 더불어 대부분 지자체 역시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수용해 주거취약계층의 중개수수료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일정 소득금액 이하의 저소득층, 청년세대, 신혼부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 역시 대폭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에서 언급한 10억원에 주택을 산 민원인의 중개수수료는 최고 9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 5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제도 개선을 통한 국민의 불편과 고충의 근원적 해결, 이것이 국민권익위의 절대 미션인 동시에 존재 이유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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