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야당이 ‘선전포고’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이웨이 인사’를 강행하는 것이 의회주의인가”라고 비판하였고,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에 협치를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의회주의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 한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으니 민주당이 펄쩍 뛰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써 오는 20일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에도 빨간불이 켜졌고, ‘한동훈 정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낙마 타깃’이 된 한 장관을 서둘러 임명한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아 더는 임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한 여야 협치가 절실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한 장관 임명이 그토록 화급했다면 적어도 야당과 더 협의하는 모양새라도 갖추고, 국민에게도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법무부 장관 인사는 전 정부 시절에도 여야 입장 차가 첨예했고, 조국·추미애·박범계 장관 등이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연이어 임명되었다. 그렇다고 ‘너희가 했으니,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식의 인사 강행은 윤 대통령답지 못하고 정국 경색만 심화시킬 뿐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한 장관의 기용이 ‘잘된 인선’이었음을 한 장관 스스로 입증하여야 한다. 그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절대 확보하는 것이다.
한 장관도 취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이 말에 한 장관은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인사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이전 정권에서 ‘고난’을 당했다고 편 가르기와 보복성 인사가 이어져선 안 된다. ‘소통령’이니, ‘왕장관’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중한 처신도 요구된다. 한 장관 임명의 당위성이 입증되어야 윤석열 정부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여야 협치는 여당의 일정 부분 양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자신의 길만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불가론이 나오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속히 매듭 지어야 한다. 민주당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