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
건설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활용을 허용하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도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도입 초기에 건설 현장의 연인원 1~2% 수준을 차지하던 외국인 비중이 지금은 20~30%에 달하고, 국적도 다양해졌다. 외국인 근로자를 건설 현장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저숙련으로 인한 품질저하, 건설재해, 국부유출 등의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내국인 노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이유로 외국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먼저 건설 현장 특성상 노동력이 적기·적량이 투입돼야 하는데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이 대체할 수 있다. 둘째, 건설근로자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재해위험의 증가에 대한 대응이다. 2020년 기준 건설 현장 사망자의 40% 이상이 60대 근로자로 나타났다. 고된 건설 현장 노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재해예방을 위해서도 젊은 외국인 노동력의 투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2018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서울시에 개설된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보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는 각각 영역이 다른 직무에 종사하고 있어 내국인 건설근로자가 자신의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에 긍정적이라 한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가 근로 현장에 조화롭게 참여한다면 건설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활용에서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의사소통 능력과 숙련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품질 향상 및 재해예방을 위해 한국어 능력 우수자와 숙련도 및 생산성이 담보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재입국기간 단축 특례 또는 체류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아울러 건설 현장별로 의사소통 및 숙련도 향상을 위한 더 큰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 건설 현장에서 재해예방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젊은 외국인 노동력은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공정에 투입하는 등 내국인과 외국인의 연령과 숙련도에 맞는 분업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언어와 문화 차이가 있는 외국인이 시공 현장에서 보다 쉽게 위험 신호를 식별할 수 있는 산업안전디자인기법을 도입하는 것처럼 현장 중심의 안전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불법 체류자 또는 불법 취업자를 고용하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처럼 국내 체류 외국인의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기간연장 및 근로비자의 신축적 활용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한 통상 여러 개의 건설 현장을 관할하는 건설업체 특성상 한 현장에서 고용제한 조치를 받는 경우 전체 현장을 대상으로 제재가 가해지는 불합리성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건설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산요소의 주축이 됐다. 생산가능인구가 장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건설업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외국인 근로자의 복지, 중장기적 시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급관리정책 추진 등을 통해 건설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병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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