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0일 의욕 넘치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새 정부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우선은 경제가 문제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 등의 다층적 압박에 어디 하나 성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정치적 환경도 역대 정권에 없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170석의 절대 다수 의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국정 운영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당장 국회 벽에 막혀 국무총리 인준 동의는 물론 각료 임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출범부터가 ‘반쪽 정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외교 안보 다른 분야의 여건도 그리 녹록지 않다. 50%에 미치지 못하는 전례 없이 낮은 지지율로 출발한 것도 큰 부담이다.
산적한 난제를 안은 윤 정부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다. 특히 민주당의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 인사청문회 정국을 통해 그 힘을 충분히 과시하기도 했다. 물론 야당으로서 민의를 대변하고 주어진 입법 권한으로 정부와 정권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발목잡기 행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책은 무력화되고 당면한 국가적 위기의 늪은 더 깊어질 뿐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지난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잘 적시하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고,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며 ‘잘하기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새로운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일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상대의 실수로 득점하기보다는 당당하고 멋진 공격으로 점수를 따겠다는 것이다. 그게 야당의 정의이며 지금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인 셈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것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권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남용은 오만을 낳고 그것이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준 빌미가 된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막강한 입법 권력을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대내외 위기를 이겨내는 데에 활용한다면 궁극적으로 정권을 되찾는 원천이 될 수 있다. 이 전 지사의 ‘이기기 경쟁’의 숨은 속내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