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목전에 두고 지각 개최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도 여야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격돌을 벌였다. 특히 ‘윤석열의 복심’으로 불리며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타깃으로 삼아온 한 후보자의 경우 전세금 과다 인상·고교생 딸 스펙쌓기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른바 ‘아빠 찬스’로 자녀들을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는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시킨 의혹을 받는 정호용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 한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한덕수 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은 없다고 신여권에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한 총리의 국회 인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12일부터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현 김부겸 국무총리 제청을 받아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임명한 뒤 총리 대행으로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총리 없는 ‘반쪽 내각’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 출범 때마다 1기 내각 구성은 힘든 숙제였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지명자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고건 당시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각 부처 장관들을 임명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 내각은 1기 조각(組閣)을 출범 195일 만에 완성해 김대중 정부 기록(175일)을 깼다. 이명박 정부는 내각 구성을 18일 만에 마쳤고, 박근혜 정부는 총리 등 6명의 인사가 낙마한 끝에 52일 만에 완료됐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된 ‘파행적 내각’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재연된 것은 협치와 타협의 정치력이 아직도 요원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무회의 1호 과제로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의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신망 있는 장관들로 구성된 새 내각이 집행을 주도해야 한다. 절대다수 여론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의구심을 나타내는 정호용 후보자가 추경 집행의 한 축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계기로 민주당과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도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이쯤에서 대승적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친 복합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속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가 민생을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는 엄중한 시점이다. 행정력을 가진 새 정부와 국회 다수 의석의 민주당은 민생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강 대 강 대치는 국민 불안과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