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뿐 아니라 1년 만에 40% 넘게 급등한 대출금리로 서민의 시름의 골이 깊어진다. 3월 한 달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일반신용대출의 오름폭이 더 컸다. 전 국민이 몸살을 앓았던 코로나19와 집값 상승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첩첩산중이다.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조달비용 상승 등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은 이해할 수 있다. ‘영끌·빚투족’뿐 아니라 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이 또한 감내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예대마진’ 급등에 따른 엄청난 순이익으로 시중은행들이 성과금과 배당잔치를 벌인다는 뉴스는 서민을 열불 나게 만든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무려 2.32%로, 지난 3년 내 최대 수준이다. 실제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이 14조5000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35%나 늘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신속하게 인상한 반면 예금금리는 소극적으로 올려 예대마진폭을 키운 것이다. 실제로 4%대 대출금리 임에도 정기예금과 같은 예금에는 여전히 1~2%대 쥐꼬리 이자 수준이다(실제 예금자가 받는 금액은 15.4%의 이자소득세로 인해 더 쪼그라든다). 최근 2차례 연속 인상으로 1.5%까지 높아진 기준금리가 월말에는 1.75%까지 높아질 전망인데, 그리되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은행들도 나름 할 말이나 고충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오히려 가산금리 수준이 낮다거나 은행에 따라 (또는 고객에 따라) 위험회피비용이 천차만별이며, 무엇보다 대출자금의 조달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사례를 보면 은행권의 입장은 타당성이 낮아 보인다.
필자는 모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연 2.32% 금리로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을 하고 있다. 애초(2019년) 2.44%였던 코픽스 연동금리가 1.86%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 은행은 당연히 일정한 가산금리로 마진을 획득하고 있을 터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 자금조달비용 인상분도 빠짐없이 반영해왔으므로. 그럼에도 2.32%의 낮은 금리다. 물론 높은 신용점수와 저금리 시기 대출이었지만 지금의 4%에 육박하는 금리는 도가 지나친 예대마진 수준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과도한 예대금리차로 서민은 울고 있는데 은행들만 잔칫집이다.
은행의 금리 결정은 시장 자율 원칙이 바람직하다. 정부나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은 예외 없이 역효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친화적인 은행 간 경쟁 촉진은 금융권의 자발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행히 대통령직인수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금융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선택함으로써 은행들의 지나친 예대마진 추구가 억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은행권의 ‘영업정보’ 공개 부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되지만 시장에서의 소비자주권 확보 차원에서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월별 공시 제도가 안착돼야 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