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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편법·졸속 ‘검수완박’법, 후속입법 서둘러 부작용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열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함으로써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입법이 일단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 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거부권 행사 없이 곧바로 서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축소한 이 법이 일방적으로 통과됨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의회 절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신여권의 정면 충돌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법안 의결이 마지막 국무회의가 된 문 대통령의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을 것이다.

검수완박법은 절차의 정당성이 과도하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사례는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광범위한 의견수렴의 장이 돼야 할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것은 물론 회기 쪼개기 등 꼼수와 편법이 난무했다. 특히 민주당이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을 가로채기 위해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수법까지 동원했다. 국회법을 대놓고 무력화한 입법 농단이자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절차의 정당성이 무시되면 그 결과의 정당성도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이 돼야 할 법안이 졸속 처리 과정에서 누더기가 돼버린 것도 문제다.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독소조항이 대표적이다. 헌법에 보장된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커 피해자 구제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국 걸러내지 못했다. 더 황당한 것은 법사위를 통과할 때만 해도 없었던 내용인데 본회의 상정 때 느닷없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범죄별로 검찰의 수사권 시한이 달라 이에 따른 혼선도 불가피해 보인다.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상처투성이 환자를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문제의 독소조항은 후속 입법을 통해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우선 화급하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된다지만 당분간 상당 부분의 주요 사건을 떠맡게 될 경찰의 역량 강화와 통제 감시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격랑의 검수완박 정국의 중심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이동했다. 국민의힘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고 검찰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을 넘겨받은 헌재의 고민이 그 어느 안건보다 클 것이다. 헌재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헌법정신에 입각해 신속한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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