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는 충격 그 이상이다. 13년6개월 만의 최고치라는 건 놀랍지도 않다. 지난 3월 4.1%도 10년4개월 만이었다. 더 놀라운 건 0.7%포인트나 높아진 상승폭이다. 4%대로 올라선 지 불과 한 달 만에 5%를 위협한다. 지금 상태로선 5월 5% 돌파는 거의 기정사실이다. 벌써 밥상물가 생활물가는 6%를 넘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수정 전망한 한국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4.0%는 이미 희망사항으로 전락했다.
지금의 고물가는 위험수위다. 우선 상승세가 전반적이고 구조적이다. 전 지구적으로 돈이 많이 풀린 데다 특정 국가의 자원무기화로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뒷받침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렸고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까지 급등한 데 비롯됐다. 그래서 농축산물·공업제품·전기가스·서비스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올랐다. 상승폭이 다를 뿐이다. 계절적 요인, 일시적 수급의 문제와 같은 해석이나 이유를 갖다댈 일도 없다. 오죽하면 통계청이 “당장은 고물가를 진정시킬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겠는가. 뚜렷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는 실토에 다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진정은커녕 더 큰 상승 파도가 다가온다는 점이다. 전기·가스·수도 비용은 4월에만 6.8%나 올랐다. 하지만 미루고 눌러둔 전기료 인상은 아직 제대로 시행도 안 됐다. 원가 상승 요인의 일부만 반영됐을 뿐이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5조8600억원 적자다. 이자 내려고 사채를 발행할 정도다. 대중교통요금도 인상 대기 중이다.
고물가는 당뇨병과 같다. 합병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치료제를 써도 후유증이 남는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가계, 기업 모두에 엄청난 비용 부담 증가다. 게다가 임금대란을 불러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9%의 임금 인상도 걷어차버렸다. 요즘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최저임금을 넘긴 지 오래다. 비용 상승과 가격 인상은 톱니바퀴처럼 물가를 올리고 또 올린다.
물가와 성장이 한꺼번에 잡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라지만 안 되면 하나라도 잡아야 한다. 지금 선택해야 할 토끼몰이는 누가 봐도 물가다. 고물가는 서민에게 더 치명적이다. 부자나 중산층은 최악의 경우 비싼 제품을 싼 제품으로 바꿔 소비하면 된다. 하지만 싼 것을 소득에 맞춰 소비해온 저소득자들은 지갑을 더 털어내는 수밖에 없다. 지독한 차별이다.
민생을 중시한다면 정부의 모든 대책은 물가잡기에 집중돼야 한다. 거의 전쟁 대응 수준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