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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0년만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경고한 세계은행

세계은행(WB)이 50년 만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최근 내놓은 ‘상품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서다. 식량·에너지가격 상승이 향후 3년간 유지되면서 세계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경험했던 고물가·저성장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신호는 비단 WB뿐만이 아니다. 세계 굴지의 투자·연구기관에서 발표되는 자료와 전망은 빠짐없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대놓고 스태그플레이션 대비를 주문했다. 심지어 투자은행(IB) 골드먼삭스는 “세계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 중”이라고 진단한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고난을 모르고 자란 MZ세대엔 먼나라 얘기겠지만 청소년기 오일쇼크를 경험한 세대에게 스태그플레이션은 공포 그 이상이다. 1973년 12.8%였던 성장률은 1974년 8.1%로 떨어졌다. 수출 증가율도 98.6%에서 24.8%로 주저앉았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3.5%에서 24.8%로 뛰었다. 오죽하면 당시 물가 주무부처였던 경제기획원의 구호가 ‘한 자릿수로 물가잡기’였겠는가. 집집마다 한등 끄기, 차량 5부제 등 고육지책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기름이었다. 물론 50년 전과 오늘날의 한국경제는 천양지차다. 1973년 수출은 불과 32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6400억달러를 웃돈다. 무려 200배다. 어엿한 세계 10대 무역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기름에 울고 웃는다. 제조업 수출 중심으로 체질 전환했다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변동에 유난히 취약하다.

수출이 한국경제의 엔진임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올해 1분기 성장 0.7%도 온전히 수출 덕분이다. 소비와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인데 수출만 유독 4.1% 성장으로 굳건했다. 하지만 수출 역시 전분기(5.0%)에비해 주춤해졌고 수입은 고공행진 중이다. 심지어 넉 달째 무역적자다. 올 들어 누적으로 91억달러인데 이달 20일까지만 52억달러 적자다. 눈덩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달러가치 상승으로 1260원대를 오르내리는 환율 때문에 수입물가 상승압력은 더 거세진다.

스태그플레이션 극복의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 향상이다. 최근 20년간의 엄청난 통화팽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가 이제야 나타나는 건 생산성이 정체된 가운데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주체는 기업이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이란 촉매로 효과가 배증된다. 새 경제팀의 총력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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