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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적 산물 가덕신공항 예타면제, 기대보다 우려 크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국가 정책적 추진이 확정됐다. 국내 첫 해상공항으로 총사업비가 13조7000억원에 달해 당초 부산시가 추산한 규모(7조5400억원)의 2배 가까이 늘었는데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속전속결로 강행하기로 했다. 29일 재정사업평가위에서 최종 결정되면 예타 면제를 받은 단일 규모 최대 사업에 오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부담을 느꼈는지 “사업비 절감과 사업 기간을 단축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사업성 논란에도 정치적 이유로 추진했던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임기 막판 통과시키면서 숙제와 부담은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듣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가덕도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보면 혈세를 낭비하는 또 하나의 애물단지 공항을 예고하는 내용들이 많다. 우선 개항시기가 부산시 계획보다 6년 늦춰져 2035년 6월쯤에나 가능하다. 여객(2336만명·2065년 기준)과 화물수요(28.6t)도 애초 부산시 예측치의 절반 이하로 전망됐다. 특히 경제성 평가의 핵심인 비용편익분석(B/C)이 0.51∼0.58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다. 이용객들이 너무 없어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 조롱받는 전남 무안공항의 B/C 0.49와 큰 차이가 없다. 가덕도신공항이 자칫 ‘멸치 말리는 공항’이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환경 파괴도 논란이다. 해상공항인 신공항은 주변 바다(수심 70m)를 흙으로 메워야 하는데 필요한 흙의 양이 남산 3배 규모(약 3억8700만㎥)에 이른다. 이를 조달하려면 가덕도 남단 국수봉의 흙을 절토해야 한다. 천연기념물인 철새 도래지와 해안 절벽, 동백군락지 등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경제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공항이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실행돼 왔다. 가덕도신공항은 지방 인구소멸 등에 대비한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의 핵심 과제다. 국토부는 부·울·경 지역의 생산유발 효과(16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6조8000억원) 등 전체 경제적 파급효과를 23조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신공항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등 흥행에 성공해야 의미가 있다. 대다수 지방공항처럼 만성 적자에 허덕이게 되면 기회비용만 날리게 될 뿐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마당이어서 가덕도신공항은 더욱 부·울·경 지역 정치인들의 공치사 거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새 정부는 지방공항 졸속 추진의 실패 사례를 하나 더 보태는 일이 되지 않도록 사업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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