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일하게 될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의 연속이다.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일정 재협의를 요구하며 곧바로 청문회장을 떠났다. 검증에 필요한 제출 자료가 부실하다는 게 그 이유다. 26일에도 파행은 계속됐다. 한 후보자에 이어 다음달 초까지 국회 상임위별로 새 정부 입각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한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파행되면 그 영향은 이어지는 모든 청문회까지 미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새 정부 국정 운영은 출발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해당 분야 전문성 등을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자리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 간 기싸움의 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금의 청문회 정국이 그리 흐르고 있는 듯해 걱정스럽다. 문제가 되는 한 총리 제출 자료 논란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에게 제출을 요구한 자료가 1090건에 이른다. 300건 내외였던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경우보다 3, 4배 더 많은 분량이다. 이 중에는 작고한지 오래된 부모의 부동산 거래 자료나 한 후보자 공직 입문 이후의 전체 봉급 내역 등 무리한 자료도 적지 않다. 이참에 윤석열 정부의 길을 들여보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렇다고 검증을 위한 필수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청문회 취지를 벗어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 후보자가 통상 분야 고위직에 있을 때 높은 가격에 소유 부동산을 외국계 기업에 장기임대했다는 의혹은 직무 연관성을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김앤장에서 받은 고액 연봉도 같은 맥락에서 관련 자료 제출이 꼭 필요하다. 사생활 보호와 영업 비밀이라지만 거부할 사유는 못된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는다면 의혹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필수 자료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그 직을 사퇴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내실있는 청문회가 되려면 국민의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덮어놓고 후보자를 비호하는 과거 여당의 구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식의 논리는 ‘내로남불’의 또 다른 행태일 뿐이다. 민주당은 후보자 자료 요구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한 후보자를 포함한 새 정부 입각 후보자는 더 성실하게 이에 응하기 바란다. 당리당략을 떠나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을 주어선 안된다.